태양광발전

태양광 시설 늘리면 중국만 득 본다?

털보가라사되 2022. 2. 24. 11:50

주간경향, 입력 2022.02.23.  08:46

 

■ 중국 점유율 독점에 가깝지만..차세대 태양전지로 역전 기회 생길 수도

 

[주간경향]

사람들은 주차할 때 대개 그늘막이나 지붕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비와 눈, 특히 여름의 열기를 피할 수 있어서다. 지붕이 아주 튼튼하면 그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올려 전기를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종시와 대전 유성구를 잇는 자전거도로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소가 한 예다. 2012년 71억원 정도를 들여 설치했는데 매년 10억원 정도의 전력 판매수익을 얻고 있다.

                한화토탈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 한화토탈 제공



최근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이 뜻하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를 공약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댓글로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라고 비판하면서다. 대형 원전을 더 이상 새로 짓지 않겠다는 현 정부나 이재명 후보를 ‘탈원전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반중정서에 슬쩍 올라탄 모양새다.

시장 장악한 중국

태양광발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품은 태양전지다. 태양전지는 반도체소자로 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태양전지의 최소단위를 셀이라고 하는데 셀 여러장을 직렬로 연결해 수~수십볼트 이상의 전압을 얻도록 패널 형태로 제작한 것이 태양광모듈이다. 태양전지의 원재료는 폴리실리콘이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일정한 형태로 굳힌 기둥 모양의 덩어리를 잉곳이라 부르는데 이를 잘라내 셀로 가공할 웨이퍼를 만든다.

태양광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중국은 독점에 가까울 정도의 점유율을 보인다. 독일 베른로이터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태양광 밸류체인의 중국 점유율은 폴리실리콘 64%, 잉곳 95%, 웨이퍼 97%, 셀 80%, 모듈 75%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조사를 보면 폴리실리콘의 중국 점유율은 2020년 77%로 높아졌다. 한국은 모듈 생산에서 7%로 중국 다음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성공 비결로 값싼 전기료를 첫손에 꼽는다.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제품 제조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은 30% 이상인데 중국 신장과 간쑤성 등 북서부 지역은 세계에서 전기료가 가장 싼 지역에 속한다. 2012년부터 중국 정부가 태양광발전설비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했고, 광대한 내수시장도 열어줬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얻으면서 이젠 기술력까지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원재료부터 완성품까지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국 없이 태양광발전을 한다는 건 세계 어디서든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잉곳과 웨이퍼는 거의 100% 중국산인데 중국이 기술표준을 장악하면서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융기(LONGi)를 비롯한 상위권의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흑자를 투자로 전환해 더 싸게 만들며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며 “한화큐셀이 (셀·모듈 생산에서) 지금 7~8위권에 있지만 언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유일한 중국 대항마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건 맞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겠다는 RE100 선언에 동참했고,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도 지난해 9월 기준 134개에 이른다. 탄소중립이 국가와 기업의 지상 과제로 떠오르면서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중 잠재량이 풍부하고 가격도 화석연료의 최저 발전비용까지 하락(10년 사이 -85%, IRENA)한 태양광발전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전년 대비 29% 성장한 127GW를 기록했다. 중국(39%)과 미국(12%) 시장이 1·2위를 차지했다. BNEF는 신규 태양광 설치가 2030년 311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 한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거대한 시장을 이대로 중국에 넘겨줄 것이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펴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이냐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상황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45%는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한다. 미국은 위구르인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하거나 우회 수출하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한다. 한국에서 만든 태양전지로 미국에서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강 연구원은 탄소인증제를 더 강하게 시행하라고 제안했다. 프랑스 제도에서 따온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제조 전 과정에서 나오는 단위 출력(1㎾)당 온실가스 총량을 계량화하고 검증하는 제도다. 탄소인증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입찰 시 우선 낙찰 대상이 되려면 국내산 웨이퍼와 태양전지 모듈을 사용해야 한다. 강 연구원은 “중국은 값싼 석탄으로 만든 전기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데 유럽과 미국에선 그런 제품을 쓰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한다”면서 “미국 시장은 우리 제품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고, 중국을 뺀 미국·유럽 수요만 해도 작지 않기 때문에 탄소인증제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우리가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와 같은 차세대 태양전지로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임덕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페로브스카이트는 중국에서 생산한 원료가 필요 없고 효율 또한 높아 상용화만 된다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걸 100% 국산화할 수 있다”며 “페로브스카이트를 국내 기업이 상용화하면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면 내수 확대도 필요하다. 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발전과 융합할 수 있는 배터리 ESS에서 우리가 강점이 있는데 여기에 전력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고도화시켜 태양광과 풍력을 반도체 산업처럼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면서 “중국이 쫓아올 수 없는 기술조건이나 유지보수 조건을 내걸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성 있는 중소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공제조합을 결성해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묶여 같이 발주하는 형태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효과가 크다는 점도 태양광 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높인다. 원전에 우호적인 미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의 2014년 보고서를 보면 원전은 1000㎿e당 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태양광은 1060명으로 두 배 이상이다. 석탄은 190명, 가스발전은 50명이다. 임덕오 부연구위원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트렌드가 바뀔 수는 없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 풍력과 태양광 나아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육성해 기존 석탄발전에서 일하던 인력들을 이 분야에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면 설치, 운영·유지 인력도 증가하지만 개인이 발전 사업에 나설 수도 있어 고용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